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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 [이탈리아 #5] 로마에서의 첫날밤 - 로마 ①
 미쯔    | 2009·03·05 03:04 | HIT : 6,324 | VOTE : 2,161

2002년 12월 4일 밤.

로마 떼르미니 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늦은 시간이긴 했으나, 다행히 가려고 점찍어둔 민박집이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하여 조금 안심하고 민박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주인 아주머니인 듯한 분이 받으셨으며, 역으로는 맘 좋게 생기신 아저씨가 금방 픽업을 나오셨다. 파리에서 만난 어느 여행자로부터 로마의 민박 전화번호를 하나 받아 적어둔 것은 얼마나 또 다행인지.


아저씨를 따라 민박집으로 들어가는데, 역에서부터 5분이 아니라 1분도 채 안 걸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듣고보니 내가 가는 곳은 ‘본점’이 아니라, 새로 확장한 ‘분점’정도 되는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아저씨는 손수 저녁까지 차려주셨다. 특별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실로 오랜만에 보는 김치찌개와 그 옆에 가지런히 놓인 오이무침, 달걀프라이 2개, 김치, 깍두기는 순식간에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게 했다.


민박집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틀렸다.


한인민박으로서는 파리, 프라하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묵게되는 것이 었는데, 다른 도시의 그것들과 비교하니, 일단 규모가 아주 작았다. 손님용 객실인 두 개의 방과 아저씨가 쓰시는 듯한 작은 방, 식탁하나가 있는 조그만 복도(?)는 더 이상 여유 공간이 없어 보이니 그것을 거실이라 칭하기도 좀 그렇다. 그 안쪽으로 슬쩍 들여다 보이는 좁은 부엌과, 화장실을 겸한 욕실하나, 세탁기가 들어가 있는 세면실이 하나 더 있었다. 그 모든 시설들도 전 도시에서 보았던 민박 시설들에 비해서는 많이 낡아 보였다. 그래도 편안했다.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인상 좋은 주인 아저씨의 친절함도 마음을 한결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한 후, 베네치아 수녀님이 주신 그 꽃무늬 자잘한 하늘색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벗어 놓은 옷들은 모두 땀에 찌들어 빨래를 해야만 했다. 주인아저씨께 말씀드리니, 지금은 너무 늦었고, 내일 아침에 세탁기를 돌리겠다고 하셨다. 아.. 그럼 내일은 무얼 입고 외출을 해야 할까. 그러는 중에 민박집에 묶고 있는 다른 여행자 한 그룹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자 둘과, 내 또래 정도로 보이는 남자 둘이었다. 나까지해서 이렇게 5명이 오늘 이곳에서 묵는 것 같았다.


이제껏 다른 도시의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서로 반가워 하면서, ‘어디서 왔느냐’ ‘언제까지 여행하느냐’ 등등 서로의 상황들을 물어보며 금방 친구가 되곤 했는데, 이 네 명의 여행자는 원래 같은 일행인지, 따로 여행하다가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자기들끼리 깔깔대느라, 나에게는 눈인사 조차도 보내지 않았다. 내가 입고 있던 촌스런 ‘잠옷’이 그들에게 혐오감을 줬을까? 그들 사이에서 나는 전혀 존재감이 없는 ‘투명인간’이 된듯 했다.


그런 그들 사이에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었지만, 잠자리에 들기 위해 남자들은 남자들의 방으로 여자들은 여자들의 방으로 그렇게 속속 대열이 정리(?)되기 시작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자 여행자들과는 잠깐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나는 자연스럽게 배낭을 도둑맞은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고, 내일 입고 나갈 옷이 하나도 없는 상황까지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그들 중 한명이 자신의 청바지 한 벌과 가디건 한벌을 꺼내어 주며 내일 입고 나가라고 했다. 자신은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니, 옷은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아까 속으로 잠시 ‘재수없다’ 생각했던게 갑자기 미안해져 버렸다. --;


그녀가 준 청바지는 허리사이즈가 29인치 였다. 내가 입고 있던 청바지의 사이즈는 25인치. 청바지도 그렇고, 가디건도 그렇고 내 몸에는 너무 큰 사이즈였지만, 지금 내가 크고 작고를 가릴 처지는 아니다. 내일 당장 나가서 입을 옷을 사야하는데, 베네치아 수녀님께서 주신 ‘잠옷’을 입고 로마시내를 활보하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피렌체에서 피사로, 피사에서 로마로.

하루만에 4개의 도시를 거치며, 이탈리아 국토 종단을 속성으로 달성했던 기나긴 하루.

내일 입을 옷까지 가볍게 해결하고 뿌듯하게 잠자리에 든다.

 

▲ 로마의 밤. 당시 2002년 12월 4일의 밤에 찍은 사진이 없지만, 사진 하나없이 글만 올리면 그 누군가는 '지루하다' 하여 한장 올린다. 윗 사진은 그로부터 4년 반정도 지난후 두번째 로마로 갔을때 찍었던 사진이다.


 

p.s. 한동안 당시 썼던 일기장을 어디다 둔지 몰라서 오랜시간 여행기를 계속 못썼습니다. 엊그제 일기장 찾았네요. --;

비더윤즈
저의 로마 첫날은 숙소 전화번호를 가져오지 않아, 무거운 트렁크 끌고 숙소 주변만 한시간넘게 뱅뱅 돈 기억. +_+
여행을 다니다 보면 조그만것 하나에도 마음 상했다가 조그마한 친절 하나에도 눈물나게 감동받게 되는것 같아요.
여행을 하면 감수성이 예민해지나봐요. ㅎㅎ

09·03·13 15:40

jae kun lee
33살인 딸 옷을벗으면 뒤집어지는데 세탁후 그냥입네요 한번그러면 다음엔 똑바로되지않느냐구 편한생활습관이 비슷한것 같네요~~

12·03·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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